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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체포하라"는 동아, 그렇게 포토라인에 세우고 싶나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12. 1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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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보수신문에서 '한명숙 전 총리를 체포하라'는 요구까지 등장했다.
오늘(12/16) 동아일보는 사설 <한명숙 전 총리 비리 의혹 수사를 정치화 말라>에서 검찰을 향해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서라도 한 전 총리를 조사해야 한다"며 한 전 총리를 체포해서라도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친노 세력과 야권의 정치 공세에 위축될 이유가 없다"며 검찰을 부추기기도 했다.


똥줄이 탈만큼 동아일보가 무지하게 조급해졌나보다. 어떻게든 하루빨리 한명숙 전 총리를 검찰청 포토라인에 세워 망신을 주고 싶은가보다. 약 8개월 전 기어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봉하마을에서 불러와 포토라인에 세운 뒤 그의 난감해 하는 표정을 온 국민 앞에 생중계했던 때처럼 말이다.

현재로선 한 전 총리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달러를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오로지 곽 전 사장의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곽 전 사장이 총리 공관에서 돈을 줬다고 하지만 곽 전 사장의 총리 공관 방문을 동행한 사람은 있지만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것을 본 사람은 드러나지 않았다. 심지어 곽 전 사장은 처음엔 "총리 공관에서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가 "총리 공관에 돈을 놓고 나왔다"고 말을 바꾸기도 한 모양이다.

그런데도 동아일보는 검찰의 수사를 비판하는 한 전 총리에 대해 "비리 혐의에 대한 수사를 정치탄압으로 호도하며 성전(聖戰)이라도 치르는 듯한 행태는 비리 정치인들이 자주 쓰던 낡은 술수"라며 " 노무현 정권을 상징하는 전직 총리들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니 답답하다"고 대단한 잘못이라도 저지르고 있는 것처럼 몰아붙이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미 지난 7일 사설 <‘김준규 검찰’의 정치인 수사와 정치적 반대공세>에서 "그들 주장대로 떳떳하다면 한 전 총리가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야권은 잠자코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볼 일"이라고 한 전 총리를 비롯한 야권과 참여정부 인사들을 쏘아붙이며, 검찰을 향해서는 "야권이 정치적 반대 공세를 편다고 해서 흔들려서도 안 된다"며 "'김준규 검찰'의 칼이 얼마나 잘 들지 지켜볼 일"이라고 검찰 수사를 독려하기도 했다. 피의사실을 공표한 검찰의 행태에 대한 지적은 하지 않고 그저 '칼 한 번 제대로 휘둘러보라'고 노골적으로 검찰을 편들며 한 전 총리에게 잠자코 검찰 수사에 협조하라고 협박한 것이다.

12월 4일 조선일보 1면


12월 4일 조선일보가 처음 <"한명숙 전총리에 수만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싣고 "(검찰이)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2007년 무렵 수만달러를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 대가성 여부를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한 뒤 10여일이 지났지만 한 전 총리의 혐의를 입증하거나,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내용들은 더 나오지 않고 있다. 그저 '돈을 총리공관에서 줬다더라', '곽 전 사장이 총리 공관에 갈 때 같이 간 사람이 있다더라' 정도의 잡스런 내용들이 검찰발로 조중동 등에 실릴 뿐이다.

대한민국 형법 제126조(피의사실공표)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그동안 분명해진 것은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하면서 조중동 등을 통해 언론플레이를 하며 소환을 통보하는 등 한 전 총리를 옭아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고, 조중동은 이런 검찰과 박자를 맞춰 '한명숙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보기에 지금 상황에서 조중동의 관심은 한 전 총리가 5만불을 받았느냐는 것보다 어떻게든 그를 검찰청 포토라인에 세워 망신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오늘 동아일보가 이런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고.

만약 한 전 총리를 향해 검찰에 나가 당당하게 조사를 받아라는 조중동의 주장이 '혐의가 있으면 조사를 받는 게 당연하다'는 당위론적 차원의 이야기라면, 조중동은 이른바 '안원구 X파일'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해서도 똑같이 요구해야 하고, 검찰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수사를 요구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조중동은 안원구 국장의 폭로를 외면하고 있다. 대신 안원구 국장의 폭로가 연이어 터져나올 무렵 검찰 빨대에서 나온 '한명숙 의혹'을 붙들고 '한명숙 죽이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2월 16일 한겨레 기사


어제 동아일보 김재호 사장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OCI 주식을 사고팔아 부당이득을 얻었는지에 대한 조사다. 이미 지난 6월에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이 사건을 '통보'받았음에도 무려 6개월이 지나서야 검찰은 김재호 사장을 소환한 것이다. 거북이 수사, 아니 달팽이 수사가 아닐 수 없다.

검찰이 미온적인 수사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어쨌든 동아일보는 자사 사장이 비리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는 일을 겪었다. 김재호 사장의 아버지는 동아일보 회장을 지낸 고 김병관씨. 김병관 전 동아일보 회장은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 당시 비리로 구속됐고, 대법원에서도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제 그 아들마저 검찰에 들락거리는 신세가 된 것이다. 동아일보는 집안 일에나 신경을 쓸 일이다.

12월 15일 명동에서 열린 '한명숙 전총리에 대한 정치공작분쇄 및 검찰개혁 범민주세력 규탄대회'(출처-시민주권모임(http://www.peopledrea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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