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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캐스트에 뜬 "여군 '민망사진' 확산"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12. 1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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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짬짬이 네이버 뉴스캐스트를 살펴본다.

'어떤 기사가 올라왔을까?'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매체들이 뉴스캐스트를 어떻게 편집할까?'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워낙 허접스럽기 짝이 없는 기사가 범람하는터라 웬만해선 그냥 넘어가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 뜬 한 기사의 제목은 도저히 그냥 '그러려니'하고 넘기기 힘들었다.

오늘(12/17) 오전 10시 16분 시간으로 최종수정된 동아일보의 뉴스캐스트 편집판.
오른쪽 하단에 <여군 '민망사진' 확산>이라는 제목이 걸렸다.

12월 17일 네이버뉴스캐스트 동아일보 편집판


보는 순간 어떤가.
일단 "여군"이라는 단어가 관심을 확 사로잡고, "민망사진"에 이르면 호기심이 벌컥벌컥 일어날 것이다.

'아니, 여군의 어떤 모습을 담았길래 민망한 사진이라는 거야?'

이 정도 제목을 본 이상 클릭하지 않기란 힘들다. '에이 더러운 놈'이라고 하지 말라. 이 정도의 제목에 눈길이 가고 손가락을 움직여 클릭하는 건 본능에 가까운 일이다. 특히 남성이라면 더욱 그렇다.

물론, 하나 걸리는 건 있다. 뉴스캐스트에 올라오는 기사의 제목, 특히 이런 식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은 대개 과장되었거나, 막상 확인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은 매일같이 네이버에 접속해 뉴스캐스트를 보는 당신도 이미 익히 알고 있는 보편적 상식이라는 거다.

그럼에도 이 정도 문장에는 호기심을 주체하긴 힘들다. 뭐 클릭 한 번 하는게 힘든 것도 아니지 않은가. 어쩌면 '사진'을 볼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숨기긴 힘들고.

자, 클릭해서 동아일보의 페이지뷰와 방문자수를 늘려보자.

링크된 기사를 확인한 당신(나), 일단 제목에서부터 호기심과 기대가 산산히 부서지는 기분을 맛보게 된다.

"여군 '민망사진' 확산"을 클릭하면 볼 수 있는 동아일보 사이트의 기사


<대만, 여군 신체노출 사진으로 시끌>

과연 뉴스캐스트의 "여군, '민망사진' 확산"이라는 제목을 보고 그 '여군'이 '대만 여군'일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당연히 한국의 여군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그런데 '대만'이란다. 허걱.

거기다 '사진'도 없다. 기사는 "대만의 20대 여군이 숙소에서 제복 상의를 들어 올리거나 동성 간 키스 자세를 취하는 장면 등을 담은 사진들이 대만 인터넷에서 급속하게 확산돼 군이 발칵 뒤집혔다"고 시작하지만 그 정도가 얼마나 민망한 사진인지는 나나 당신이나 모를 일이다. 그저 상상할 수밖에.

하지만 동아일보 뉴스캐스트 편집자의 판단은 성공했다. 현재 동아일보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는 기사는 이 기사다.

그렇다. 바로 이렇게 해서라도 트래픽을 올리려는 언론사, 특히 스스로 메이저신문이라고 깝치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 그리고 일부 경제신문과 연예매체, 스포츠신문의 장난질에 이용당하는 게 뉴스캐스트의 적나라한 현실이다. 오프라인 신문에서라면 기사깜도 되지 않고, 실리더라도 한쪽 귀퉁이에 처박힐 해외토픽이 뉴스캐스트에 등장하는 게 현실이다.

'네이버 뉴스캐스트 옴부즈만'이 11월 한 달 동안 뉴스캐스트에 대한 모니터링과 이용자들의 항의 내용을 정리한 결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나란히 15건을 지적받아 두번째로 많았다.


심지어 동아일보가 '뉴스캐스트'에 내건 이 기사는 동아일보가 자체적으로 생산한 기사도 아니고, 연합뉴스가 송고한 기사를 받은 것이다. 거기서 '대만'을 빼고, '신체노출 사진'을 '민망사진'으로 바꾸고, '시끌'을 '확산'으로 바꿨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메이저신문을 자처하며 방송까지 넘보고 있는 동아일보가 하는 짓이 바로 이렇다.

지난 6월 15일 동아일보의 파리특파원이라는 송편인은 동아일보 '특파원칼럼'란에 <포털의 '불공정한 중립'>이라는 제목을 글을 썼다.


여기서 송평인은 네이버의 뉴스캐스트를 두고 "언론의 볼셰비키 혁명"이라고 표현했다. "36개 매체가 수적으로 너무나 많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무엇보다 주요 매체와 군소 매체가 산술적으로 똑같은 36분의 1(약 2.8%)의 취급을 받는다. 가령 최근 등장한 신생 인터넷 매체가 동아 조선 중앙 등 유력 신문이나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과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이유였다. "틀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는 거다.

그러면서 "이런 틀 속에서 군소매체와 좌파매체는 연합해 대세를 장악하고 기성체제(Establishment)를 향한 공격적 편집을 시도함으로써 뉴스 검색자의 눈에 여론이 왜곡돼 보이도록 만든다. 결과적으로 뉴스캐스트 방식은 동등하지 않은 것을 동등하게 취급함으로써 현실 공간의 여론의 지형을 가상공간에서 왜곡하고 만다"고 분개했다.

하지만 고매하신 동아일보가 뉴스캐스트를 활용하는 방식은 이렇다. 뉴스같지도 않은 뉴스를 올려 클릭수로 올리려는 이런 막장 행태 때문에 한국의 인터넷은 심각하게 왜곡되고 앞날이 점차 어두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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