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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의 '한명숙 죽이기' 삼단콤보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12. 2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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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 콤보. '곽영욱 의혹' 기정사실화하기

오늘 동아일보 사설 <'한명숙-곽영욱 의혹' 현 정권에선 재판 없어야>에서는 2006년 12월 말 총리공관에서 있었던 '한명숙-정세균-이원걸-곽영욱 오찬회동'에 대해 "어떻게 보더라도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며 "흡사 곽 전 사장을 위한 취직 대책회의같이 돼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 사건에 좀 더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 같은 인사청탁 비리가 지난 정부 시절에만 있었겠느냐 하는 점"이라며 "오늘의 이명박 정권에선 이런 비리의 재판이 벌어지지 않고 있다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2월 24일 동아일보 사설


겉으로는 이명박 정권에서의 인사비리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이 같은 인사청탁 비리", "이런 비리"라면서 아직 그 어떤 진실도 밝혀지지 않은 '곽영욱 의혹'을 기정사실로 굳히기하기 위한 교묘한 말장난이다. 아직 의혹에 불과하고 당사자가 극구 부인하고 있음에도 '의혹'을 '인사청탁 비리'로 가볍게 낙인찍은 것이다. 도대체 동아일보는 어떤 확신이 있고, 어떤 자신감으로 똘똘 뭉쳤길래 이렇게 주장을 하는 것일까? 동아일보가 '의혹'이 명백한 '인사청탁비리'임을 증명하지 않은 한 이런 주장은 명백한 허위왜곡날조다.


2단 콤보. 조직도 그림 만들기

오늘 동아일보 3면에는 커다랗게 <석탄공 이어 남동발전 때도 서류 심부름 하며 '곽씨 모시기'>라는 기사가 게재됐다. 1면에서는 <"곽씨에게서 2만달러 받았다" 당시 산자부 장관 측근 시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어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곽영욱씨로부터 2만달러를 받은 것처럼 보이게 했다. 기사 본문에 의하면 제목에 언급된 '측근'이 "그 돈은 당비로 냈으며 정 대표와는 무관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오지만 이미 기사 제목으로 정대표를 난도질한 뒤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세균 대표가 동아일보에 대해 법적 대응을 밝히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좀 더 지켜보자. 문제는 동아일보가 정세균 대표를 1면과 3면 등 주요지면에서 집중적으로 거론한 이유다.

12월 24일 동아일보 3면 기사에 삽인된 이미지


3면 기사에는 '2006년 11월 말 곽영욱 씨의 석탄공사 사장 지원 경위'라는 제목으로 무슨 조직도 같은 화살표 가득한 이미지가 삽입됐다. 보다시피 곽영욱씨의 집을 방문해 서류를 전달했다는 산자부 직원 위에는 당시 이원걸 산자부 차관이, 그리고 그 위엔 당시 정세균 산자부 장관이 그려져 있고, 정 대표 위에는 '?' 표시가 되어 있다. 어떤 의미로 '?'를 집어넣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가 의미하는 게 한명숙 전 총리라는 것은 세살 먹은 아이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동아일보는 너무나 친절하게도 조직도 옆에 배치된 부제에서 '검찰 "한명숙→정세균→차관→과장 로비에 관여"'라고 써놓기까지 했다.

12월 24일 동아일보 3면 기사의 부제


정리하자면 정대표가 한명숙 전 총리에게서 곽영욱 씨와 관련한 지시를 받았고, 이를 차관-과장 등을 통해 실행에 옮겼으며 이 과정에서 측근을 통해 곽영욱씨로부터 2만달러를 받았다는 것이다. 아직 한명숙 전 총리과 정세균 대표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고, 정세균 대표가 '석탄공사 사장으로 곽영욱 씨를 언급해보라'는 말한 것은 주무부처 장관으로서의 지극히 정당한 업무범위라고 항변하고 있음에도 동아일보는 더러운 커넥션이 존재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3단 콤보. '노인폄훼' 선동

오늘 동아일보 오피니언란에는 동아일보 논설위원이라는 김순덕이 쓴 <'70세 노인'>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게재됐다.
김순덕은 글 서두에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졌던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의 이른바 '노인폄훼 발언' 논란을 꺼집어냈다. 그리고 뒤이어 "'증거도, 증인도 없고,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도 없는 상황에서 70세 노인(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 지칭)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기소한 공소장.' 검찰이 곽 전 사장으로부터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불구속기소하자 한 총리 측에서 내놓은 성명"이라며 "70세 노인의 주장은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엿보여 또 한번 노인 폄훼 파문을 우려하는 소리가 나온다"고 쓴 내용의 글을 붙였다.


김순덕은 계속 해서 68세 어떤 교수가 했다는 "70세 노인이 어떻단 말이냐"는 말을 전하며 그가 "서글퍼짐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고 썼다. 그리고 김순덕은 "'한명숙 정치공작 분쇄 공동대책위원회' 성명대로라면 일관성과 신빙성도 없는 노인에게 나라가 휘둘렸다는 주장도 나올 판"이라며 "법리와 증거를 놓고 치열하게 유무죄를 다투더라도 나이든 세대에 대한 모독은 삼갈 일이다"고 칼럼을 마무리지었다. 한명숙 공대위가 내놓은 성명을 "나이든 세대에 대한 모독"으로 규정한 것이다.

김순덕이 이런 칼럼을 쓴 이유는 너무나 뻔하다. 2004년 정동영 의장의 발언을 물고 늘어져 크게 재미를 봤던 추억을 재연하려는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당시 정동영 의장의 발언이 없었거나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이 이를 악의적이고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면 열린우리당의 의석수는 더욱 늘어났을 것이다. 비록 정동영 의장의 당시 발언이 경솔하고 잘못된 발언이긴 하나 취지는 결코 60~70대를 폄훼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20~30대 젊은 유권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투표에 꼭 참여하라'는 취지로 한 발언이었다. 정동영 의장은 이후 사과하고 해명했지만 보수신문들은 이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고, 급기야 정동영 의장은 선대위원장과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했으며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의 절대적이었던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 또한 엄청나게 무너져 열린우리당은 가까스로 과반수를 획득했다.

21세기 들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이 가장 재미를 본 선동이라 한다면 종부세를 향한 '세금폭탄' 선동과 정동영 발언에 대한 '노인폄훼' 선동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김순덕은 그때 본 재미를 다시 재연하려는 것이다. 이 과정의 자신의 전공이 왜곡도 서슴지 않았다. 김순덕은 한명숙 공대위의 성명 내용을 "증거도, 증인도 없고,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도 없는 상황에서 70세 노인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기소한 공소장"이라고 따왔지만, 실제 성명서 내용은 "증거도 없고, 증인도 없고,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도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겁에 질린 병약한 70세 노인의 짜 맞추기 주장만을 바탕으로 작성된 공소장"이라고 되어 있다.

그냥 단순히 '70세 노인'을 언급한 것이 아니라 "겁에 질린 병약한 70세 노인"이라고 쓴 것이다. '노인'에 방점이 찍힌 것이 아니라 '검찰에 의해 겁에 질리고 병에 걸려 아프기도 하고 나이도 많은 사람'을 이야기한 것이다. 어떻게 이걸 두고 '노인 폄훼 파문'을 떠올리고, "나이든 세대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물론 동아일보 직원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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