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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법관 튀는 판결, 전교조 교육 탓"?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10. 1. 2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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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25) 동아일보, 논설위원이라는 황호택이가 쓴 칼럼을 보면,

이번 사태는 법관의 충원 방법이나 자질, 그리고 연원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 교육의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세 판사 중 하나는 386세대의 막내라고 할 수 있지만 둘은 70년대에 출생해 90년대에 대학을 다녔다. 사법부에서 386세대는 대부분 부장판사 이상으로 올라가 있다. 한 중견 법관은 최근 젊은 법관들의 튀는 판결을 전교조 교육과 관련지어 해석했다. 학교 현장에서 전교조 교육이 영향력을 확대해가던 시기에 교육받았던 학생들이 사회 각계로 진출해 영향력을 키우면서 생기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곧 'PD수첩 무죄', '강기갑 무죄', '전교조 시국선언 무죄' 판결을 일컫는 것이며, "세 판사"는 곧 문성관 판사, 이동연 판사, 김균태 판사를 일컫는 것이다.

황호택이가 말하길 "이번 사태"는 "우리 교육의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하는 시각"이 있단다. "세 판사" 중 둘은 90년대에 대학을 다녔는데, 이들은 대학을 들어가기 전 "학교 현장에서 전교조 교육이 영향력을 확대해가던 시기에 교육받았던 학생들"이고, 따라서 "최근 젊은 법관들의 튀는 판결을 전교조 교육과 관련지어 해석"하는 것이 제 딴에는 그럴 듯 하길래 이렇게 칼럼에서까지 소개하는 것일테다.

1월 25일 동아일보 '황호택 칼럼'


아니 황호택이는 이미 그렇게 믿고 있거나, 그렇게 믿고 있지 않지만 독자들을 그렇게 믿게 만들고 싶어서 칼럼에서 이런 '분석'을 소개한 것일테다.

황호택이는 이어서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내고 최근 개업한 어느 변호사'의 말도 소개했는데, 그는 "젊은 판사들 사이에는 좌 쪽에는 관대하고 보수 쪽에는 엄격한 흐름이 있다"며 "권위주의 시대의 반작용 같다"고 최근의 판결 경향을 전했다. 그리고 황호택이는 "실제로 단독판사의 집시법이나 국가보안법 사건 판결에서 실형이 드문 편이다. 이에 비해 화이트칼라 범죄는 양형(量刑)이 무겁다"고 썼다.

황호택이의 X소리를 따져보자.

먼저, 젊은 법관들의 튀는 판결과 전교조 교육의 연관성부터.

지난해 국감에서 대법원이 민주당 이춘석 의원에게 현직 판사들의 출신고등학교 현황 자료를 제출해 이춘석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현직 판사들 가운데는 대원외고 출신이 58명으로 가장 많았다. 두번째는 경기고 출신이 38명이었고, 광주제일고와 서울고가 32명, 그리고 경북고(30명), 한영외고(26명), 전주고·능인고·학성고(23명) 등 순이었다.


대원외고는 1999년부터 2009년까지 신임판사를 배출한 고등학교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64명으로 단연 1위를 지켰다. 현직판사 수에서 2위를 차지한 경기고는 8위로 처졌다. 상위 10위 안에 외고는 4개 학교나 됐다.

외고 등 특목고 출신이나 강남지역의 이른바 부잣집 출신들이 판사로 임용되는 사례는 해가 갈수록 더해져, 지난해 판사 신규 임용자 중 특목고와 강남ㆍ서초ㆍ송파구 등 강남3구 고교 출신의 비율이 3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2001년 12.4%(23명), 2003년 20.2%(35명), 2005년 25.2%(37명), 2007년 33.3%(51명)과 비교해 가파르게 증가했다.

판사들을 많이 배출한 이들 특목고와 소위 명문고들은 과연 '전교조 교육'과 얼마나 많은 연관성이 있을까?

만약 전교조 교사들이 많아 전교조식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면, 판사를 많이 배출한 전교조 교육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증거가 될 것이지만, 물론 그렇지는 않다. 특히 대원외고는 전교조 교사가 한 명도 없고, 지난 10년간 대원외고에 이어 판사를 두번째로 많이 배출한 한영외고 또한 전교조 조합원이 0명이다.

전교조 가입 현황을 지역별, 학교별 등 3개면에 걸쳐 상세히 보도했던 2008년 9월 18일 동아일보 기사 중 '대원외고 전교조 1명도 없다'는 부제가 달린 부분


도대체 젊은 법관과 전교조 교육이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일까?

심지어 이번에 'PD수첩 무죄'를 판결한 문성관 판사의 경우 출신고가 제주의 오현고등학교로 알려져 있는데, 오현고 역시 전교조 조합원이 0명이다. 오현고에 문 판사가 학교를 다닐 적에는 전교조 교사가 많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0명이다. 지금 0명인 학교가 과거에 전교조 교사가 많았을리도 전교조에 의한 교육이 이뤄졌을리도 만무하다.

도대체 황호택이는 무슨 근거로 이런 X같은 주장을 늘어놓는 것인가? 이게 기자라는 인간이 할 짓인가?

하나 더!

황호택이는 최근의 판결 경향을 두고 "화이트칼라 범죄는 양형이 무겁다"고 했다. 실상은?

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받는 횡령·배임죄 자료에 따르면, 횡령·배임 등 소위 화이트칼라 범죄가 일반범죄에 비해 집행유예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최근 5년간 횡령죄로 21,641건, 배임죄로 7,894건이 법정의 심판을 받았는데, 횡령죄의 경우 6,180건이 자유형(인신구속형)을 받고, 5,526건이 재산형(벌금 등)을 받은 데 비해, 전체 사건의 35.5%인 7,672건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배임죄의 경우는 1,770건이 자유형(인신구속형)을 받고 1,438건이 재산형(벌금 등)을 받는 동안, 전체 사건의 40.7%인 3,215건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고 한다.

이는 일반 범죄의 집행유예 선고비율 31.1%과 비교하면 화이트칼라 범죄의 집행유예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무리 PD수첩 무죄, 강기갑 무죄, 전교조 무죄 등의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신문사에서 논설위원 정도를 달고 있는 인간이 이딴 식으로 글을 쓰면 되겠나?

문성관, 이동연, 김균태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소속이 아니라는데도 이번 판결들을 문제삼아 '우리법 연구회' 마녀사냥을 하더니, 이제는 전교조까지 엮어서 난도질하려고? 정말 하는 짓 보고 있자니 역겹기 그지 없다. 정말 나이 먹고 신문사 논설위원실에 앉아 할 짓이 이 정도밖에 없을까?

황호택이~ 인간답게 글 좀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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