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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밝힌 '정지민 진술의 신빙성'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10. 1. 2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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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무죄!
오늘은 정말 기쁜날이다.

PD수첩 무죄의 의미를 평가하고 판결을 환영하는 글들이 이미 쏟아져 나오고 있어, 여기서는 법원 판결문 가운데 눈에 띄는, 그리고 주목할만한 한 대목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법원이 밝히는 '정지민 진술의 신빙성'이다.

알다시피, 2008년 6월 말부터 PD수첩에 대한 허위왜곡방송이라는 대대적인 마녀사냥은 이른바 PD수첩의 프리랜서 번역가라는 정지민의 주장으로 큰 힘을 얻었고, 조중동은 물론 검찰까지 정지민의 주장을 '금과옥조'로 삼아 PD수첩을 허위왜곡방송으로 몰아갔다.

법원의 판결문에서도 정지민의 주장이 구체적으로 다뤄졌는데,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마. 정지민 진술의 신빙성

정지민의 진술은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을 직접 경험한 것처럼 주장하거나, 검찰 조사 당시 진술을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이 법정에 이르러 번복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그대로 믿기 어렵다. 

(1)정지민은 프리랜서 번연가로서 피고인들이 취재한 영어 추재물 중 일부분을 번역하고 실제 방영된 프로그램의 영상 속 영어 부분과 이를 위해 준비한 자막의뢰서상의 번역 자막이 서로 일치하는 여부를 확인하는 영어 감수를 하였을 뿐 이 사건 방송의 제작 과정에 참여한 바 없고 보조 작가 외에 제작진을 만난 적이 없어 이 사건 방송의 제작의도, 제작과정, 취재 내용 등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

(2) 정지민은 일부 언론고의 인터뷰 또는 인터넷 카페 게시글에서, 자신이 로빈 빈슨의 인터뷰 내용을 모두 또는 거의 대부분 번역하였는데, 그 안에는 아레사 빈슨이 MRI 검사 결과 CJD 진단을 받았다는 부분이 나온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피고인 김A과 로빈 빈슨의 인터뷰 테입은 모두 4권으로, 그 중 첫 부분에 해당하는 인터뷰 테입 1권을 정지민이 번역하였는데, 정지민이 번역한 위 인터뷰 테입에는 로빈 빈슨이 아레사 빈슨의 MRI 진단 결과에 대하여 '광우병과 흡사한 질병'이라고 설명을 들었다는 부분이 나올 뿐 CJD나 vCJD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고, 아레사 빈슨이 MRI 진단 결과 CJD 진단을 받았다는 내용을 찾아 볼 수 없다.(수사기록 별책 제1666쪽)
또한 정지민이 번역한 로빈 빈슨의 장례식장에서의 인터뷰 테입에는 MRI 검사 결과에 대해 'a variant of CJD'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미국 내에서 인간광우병을 뜻하는 'vCJD'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정지민은 이 부분 'a variant of CJD'를 단순한 CJD로 번역하였다.(수사기록 별책 제1559쪽)

(3) 정지민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 또는 인터넷 카페 게시글에서, 자신이 번역한 로빈 빈슨의 인터뷰 테입에는 아레사 빈슨이 위 절제 수술 후유증으로 사망했을 수 있거나 비타민 처방을 받았다는 사실이 언급되어 있는데도 피고인들이 이를 고의적으로 빼고 방송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였다.(증제266호증의2, 제267, 268, 269호증)
그러나 정지민이 번역한 로빈 빈슨의 인터뷰 테입은 물론 번역하지 아니한 인터뷰 테입 어디에도 아레사 빈슨이 위 절제 수술 후유증으로 사망했을 수 있다거나 비타민 처방을 받았다는 부분이 언급되어 있는 것을 찾아 볼 수 없다.

(4) 정지민은 영어 감수한 지 두 달 남짓 지난 2008. 6. 28.과 2008. 7. 5. 두 차례 검찰에서 영어 감수과정에 관하여 진술하였는데, 당시에는 편집실에서 보조 작가 이연희와 나란히 앉아 편집된 방송자료를 보면서 방송 내용과 노트북에 워드로 저장된 가 스크립트를 비교하여 번역이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이를 구두상 알려주고, 보조작가 이연희가 바로 노트북으로 워드작업을 하면서 수정하는 방식으로 감수를 하였고, 감수 당시에 '젖소'를 '이런 소'로 가스크립트가 된 부분과 다우너 소 동영상을 마치 광우병소와 연결키시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 것 외에 현재 오역 또는 의역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그 당시 그런 부분이 나왔다면 당연히 이의를 제기하였을 것이기 때문에 감수 이후의 편집 과정 단계에서 변경되었을 것으로 보여진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정지민은 2009. 2.12. 검찰 조사에서는 노트북에 워드로 저장되어 있는 가스크립트를 보면서 감수를 하였다는 종전 진술을 번복하여 출력한 스크립트에 나와 있는 번역문을 보면서 영어 감수를 하였다고 진술하였고, 또한 이 법정에서는, 변호인으로부터 영어 감수 전 자막의뢰서 등을 제시받고 오역 논란이 일었던 부분들 모두 영어 감수 전 자막의뢰서와 동일한 내용으로 도어 있는 것을 확인한 후에는, 자신이 영어 감수 당시 이런 부분을 지적하엿으나 보조작가 이연희가 자신의 지적을 무시하고 수정하지 않았던 것이고, 노트북을 보면 눈이 피곤하기 때문에 위 이연희가 제대로 수정하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였고, 감수 후 출력물을 달라고 했는데 이를 주지 않았다고 그 진술을 번복하였다.

(위 내용은 판결문 내용을 복사/붙여넣기 한게 아니라 타자로 직접 옮긴 겁니다. 오탈자가 있더라도 양해해주시고, 굵은 글씨와 밑줄은 제가 표시한 것입니다.)


위와 같은 '정지민 진술의 신빙성' 부분은 판결문의 '아레사 빈슨 관련 보도 부분'에 대한 '가. 이 부분 공소사실', '나. 이 부분 보도내용의 의미', '다. 허위사실 여부', '라. 아레사 빈슨의 사인 관련 번역 자막 왜곡 여부'에 이어져 있다.

판사는 이 부분들에서 PD수첩이 아레사 빈슨과 관련된 내용을 보도한 의미를 "'아레사 빈슨이 MRI 검사 결과 인간광우병 의심진단을 받고 사망하였고 현재 보건당국에서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는 것으로 볼 것"이라고 판단했고, 아레사 빈슨의 사인에 대해서도 "이 사건 방송 당시까지는 그에 대한 사인이 밝혀져 있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이후에 실제 사인이 급성 베르니케 뇌병변으로 밝혀졌다고 하여, 이 부분 보도 내용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으며, 아울러 정지민의 주장에 대한 신빙성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는 이명박 정권이 거대한 촛불의 탓을 PD수첩으로 돌려 엄청난 탄압을 하고, 오늘의 역사적인 재판(한편으로는 있어서는 안될 코미디나 다름없는 어이없는 재판)에 이르렀지만, 그게 프리랜서 번역가 정지민의 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떻게든 PD수첩을 손보려고 작정을 하던 와중에 정지민의 좋은 거리를 제공하긴 했지만 그가 아니었어도 PD수첩에 대한 탄압이 달라졌을 거라 보지는 않는다.

다만, '사실을 존중한다'며 책까지 써내고 PD수첩 죽이기에 혼신을 다했던 정지민이 정말 '사실을 존중하는지'는 오늘 법원의 판결문을 통해 한 번 따져볼 만하고, 어느 정도 입증되었다고 본다.

정지민은 자신이 언론을 영리하게 활용했다고 자랑하는데, 내가 보기엔 오히려 정지민이 조중동에게 적극적으로 이용당했다. 그렇게 보면 정지민도 피해자가 아닐까? 정지민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어쨌거나 저쨌거나 그동안 정지민씨도 수고했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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