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이 "기본적으로는 생명의 복원이고, 생태의 복원이고 물의 복원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치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도 국민이기 때문에 그분들이 받아들이든 안 받아들이든 우리가 설명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MB의 이 발언은 지난 12일 천주교 주교회의가 4대강에 대해"한국 천주교의 모든 주교들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이 이 나라 전역의 자연 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발표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이야기할만큼 천주교 주교회의의 4대강 반대 입장 발표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방송들은 천주교 주교회의 입장 발표와 관련한 MB의 정부 대응 지시는 매우 비중있게, 그리고 자세히 보도한 반면, 애초 주교회의가 '한국 천주교 주교단'의 이름으로 입장을 발표했을 때는 거의 X무시하듯 홀대했다.
본말전도도 유분수지, 어처구니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이것이 MB 시대 방송의 현실이다.
3월 12일 방송3사의 메인뉴스프로그램을 보면, SBS는 아예 주교회의 소식을 다루지도 않았다. KBS는 '간추린 단신'에서 딱 두 문장으로 소개했다. MBC는 두 방송사보다는 길게 다뤘지만 역시 앵커가 간추려서 소개하는 단신에 불과했다.
KBS는 현장화면도 없이 주교회의 입장발표문만 덩그러니 화면에 담아 간추려서 보도했다.
방송사들이 X무시하거나 간추려서 짧게 다룰 정도로 취급한 게 천주교 주교회의의 입장발표였다.
그런데, 대통령이 나서서 몇마디하자 방송3사는 안면몰수하고 앞다퉈 이를 중요하게 배치했다.
KBS는 6번째 꼭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4대 강 사업은 강을 살리고, 물 부족을 해소하는 생태복원이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정치적 목적으로 반대하는 국민에게도 적극 설득하라고 당부했다"고 보도했다.
MBC는 5번째 꼭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국민들에게, 특히 종교계에 보다 적극적으로 설명하라고 지시했다"며 "이 대통령은 청계천 복원과 버스전용차로제도 반대가 많았지만, 결국 결과로 설득시켰다면서 4대강 사업 추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뉴스를 만든 만든 KBS,MBC,SBS
천주교 주교회의를 아예 다루지도 않았던 SBS는 "이 대통령의 이같은 4대강 독려 발언은 천주교 측이 사제들의 4대강 반대 선언에 이어 주교회의에서도 4대강 사업에 따른 환경 파괴 입장을 밝힌데 따른 대응으로 보인다"며 SBS만 보는 시청자로서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를 내용을 가지고 분석한답시고 깝쳤다.
방송뉴스가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만들지 않는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뉴스가치가 뭔지도 모르는 이런 방송들때문에 우리 사회가 더욱 소통이 안되고, 갈등은 더욱 커지게 된다.
3월 12일 천주교 주교회의 모습. 천주교 주교단의 이름으로 발표된 4대강 관련 입장은 아래 펼쳐보기 참조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지금까지 다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로마 8, 22)
1960년대 이후 이 나라 정부는 단기간의 경제개발 효과를 얻어내기 위하여 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겨냥하며 적극적인 산아제한 정책을 펼치기 시작하였고, 1973년에는 낙태를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모자보건법을 도입하였습니다. 사실상 어머니 뱃속의 아기 생명에 대한 무차별적인 제거 수술을 허용한 것입니다. 그 이후 가톨릭교회는 거의 해마다 이런 반생명적인 정부의 정책에 대해 항의하고 시정을 촉구하여 왔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어떻게 되었습니까? 이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산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아동이 급감하고 있고 이대로 가다가는 이 나라의 발전은 말할 나위도 없고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습니다. 생명이 사라지면서 어둔 죽음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한 사람들 중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 죽음의 어둠에 억눌리고 악몽에 시달리던 의료인들이 스스로의 과오를 고백하며 많은 저항과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고, 더 이상 죽음의 문화를 확산시키지 않겠다는 각오로 용기 있게 호소하고 나선 것은 우리에게 큰 위로를 주고 새로운 희망을 안겨줍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반생명적인 문화가 무겁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이 사회가 참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생명을 선택하여야 합니다. 가장 약하고 스스로 방어할 수도 없고 저항할 수도 없는 어머니 뱃속의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인간의 생명은 잉태된 때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회임된 태아는 새로운 존재와 인격의 근원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니므로 그 자신이 이를 인식하고 있든지 또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지에 관계없이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되어야 함이 헌법 아래에서 국민 일반이 지니는 건전한 도의적 감정과 합치되는 바이다.’ (1985. 6. 11, 84도, 33권 2집, 협497<500>) 라고 확인한 바 있습니다.
생명을 발전의 수단으로 삼고 파괴하는 행위는 자연환경에 대해서도 똑같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자연 생명이 파괴되면 그 자연을 호흡하고 섭취하며 살아가는 인간 생명도 운명을 함께 할 수밖에 없습니다.
춘계 총회에 모인 한국 천주교의 모든 주교들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이 이 나라 전역의 자연 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정부 실무진의 설명을 들어보았지만, 우리 산하에 회복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대규모 공사를 국민적인 합의 없이 법과 절차를 우회하며 수많은 굴삭기를 동원하여 한꺼번에 왜 이렇게 급하게 밀어붙여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욕심으로 인한 경솔한 개발의 폐해가 우리 자신과 후손에게 지워질 때, 이 시대의 누가 책임을 질 수 있겠습니까?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회칙 ‘진리안의 사랑’에서 “환경은 하느님께서 모든 이에게 주신 선물로서, 이를 사용하는 우리는 가난한 이들과 미래 세대와 인류 전체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 자연환경은 우리가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원료 이상으로 소중한 창조주의 놀라운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자연에는 그것을 무분별하게 착취하지 않고 현명하게 사용하기 위한 목적과 기준을 알려주는 ‘공식’이 담겨 있습니다.”(48항) 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무분별한 개발로 단기간에 눈앞의 이익을 얻으려다가 창조주께서 몇 만 년을 두고 가꾸어 오신 소중한 작품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 됩니다.
우리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자신을 포함한 사회 전체의 성찰과 회개를 촉구하며, 정부 당국자들과 국민 모두가 우리 자신과 미래의 세대에게 책임있고 양심적인 길을 택할 수 있기를 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일찍부터 우리에게 가르치셨습니다. ‘보아라. 나는 오늘 생명과 죽음, 행복과 불행을 너희 앞에 내놓는다. .... 너희 앞에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를 내놓는다. 너희나 후손이 잘 되려거든 생명을 택하여라.’ (신명 30, 1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