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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 최일구 앵커에게 바라는 단 한가지

뉴스후비기

by hangil 2010. 11. 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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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최일구 앵커가 5년만에 주말 <뉴스데스크>에 돌아와 11월 6일이면 첫방송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고정관념을 깼던 과거 그의 뉴스 진행에 꽤나 호감을 가졌던터라 일단 반갑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파격적인 코멘트를 날리던 그의 모습을 보며 '너무 가볍다'거나 '진지하지 못하다'거나 '뉴스가 장난이냐'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눈살을 찌푸린 경우도 있겠지만, 한때 그의 진행으로 적어도 젊은층을 MBC 주말 뉴스데스크 앞으로 끌어들이는데는 어느 정도 기여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최일구 앵커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이 반갑기는 하지만, 그가 컴백하게 된 과정은 전혀 반갑지가 않은 게 사실이다.

최일구 앵커가 컴백하는 주말 뉴스데스크는 이제 한시간 당겨 저녁 8시에 편성됐다. MBC가 주말 메인뉴스 시간대를 당긴 것은 최근 <후플러스>와 <김혜수의 W> 등 시사보도물을 폐지하고 대신 <위대한 탄생> 같은 오락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운 가을개편에 함께 포함된 내용이었다. 즉 MBC의 공영성이 후퇴하고 상업성이 강화되는 가운데 최일구 앵커가 컴백하게 된 것이다.



주말 뉴스데스크를 한시간 당긴 것에 대해서도 '상업성 강화'라고 비판하는 시각이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판단이 잘 되지 않는다. 주말 뉴스를 8시에 하나 9시에 하나 크게 다를 건 없다고 본다. 다만 MBC가 왜 그랬는지, 과연 이게 성공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게 사실이다.

워낙 막강한 KBS 9시 뉴스와의 정면 대결을 피하고 그나마 만만해 보이는 SBS 8시뉴스와 맞장 뜨겠다는 것인지, 아울러 9시 드라마를 통해 KBS 9시뉴스의 아성을 흔들어보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MBC가 대외적으로 내세우듯 주말 생활패턴이 8시뉴스가 더 적합한 것인지 여러가지를 계산했겠지만, 어쨌거나 MBC 뉴스의 질적 변화보다 외형적인 부분에 더 중점을 두는 것이 그렇다는 거다.

조금 더 멀리 가자면 김재철이 MBC의 낙하산 사장으로 투하된 이후 MBC 뉴스의 비판 기능이 약화됐다고 MBC 안팎에서 우려하는 가운데서 아무것도 변한 것 없이, 심지어 삼성이 공영방송의 내부 정보망까지 훔쳐보는 상황이 벌어지는 가운데 그나마 좋아하던 최일구 앵커가 복귀하는 것이 그닥 반갑지가 않은 것이다.

더 멀리 가자면 권력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신경민 앵커가 사실상 압력에 의해 물러난 이후 계속 심화되고 있는 MBC뉴스의 위기도 최일구 앵커에 대한 반가움을 퇴색하게 만드는 하나의 원인이다.

여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최일구 앵커는 11월 6일부터 주말 뉴스데스크의 앵커석에 앉게 됐다. 이왕 그 자리에 앉게 됐으니 반가움과 함께 꼭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많지도 않다. 딱 한가지다.

"5년전 앵커할 때도 그런 쓴소리는 했었다. 얼마든지 권력과 자본에 대한 쓴소리를 클로징멘트로 할 생각이 있고, 그것이 소통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일구 앵커는 주말 뉴스데스크에 복귀하면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소감과 포부를 밝혔다. 이 약속을 꼭 지켜달라는거다. 최일구 앵커는 이렇게도 말했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시장논리가 언론에도 도입돼 언론의 본령인 권력에 대한 감시 비판기능이 어느샌가 사라졌다. 기자들의 선비정신도 없어졌다. 위(권력)에 눈치나 보고 있다. MBC 역시 자유롭지 못하는 면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앵커의 멘트나 진행보다 기자들이 현장에서 비판정신을 갖고 리포트로 말해야 하는 것이다. 그 밖에 앵커인 내게도 10%라도 그런 역할을 해야한다면 적극적으로 할 것이다."


그렇다면 사라진 비판기능을 최일구 앵커라도 되살려야 한다. 최일구 앵커의 말처럼 방송뉴스의 비판기능은 기자의 리포트에서 빛나야하는 게 사실이지만 기자 리포트의 비판정신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역할을 뉴스 진행자인 앵커는 충분히 할 수 있다. 아예 비판이 없는 뉴스에도 앵커의 코멘트(앵커링)를 통해 비판 정신을 살릴 수 있고, 비판이 있는 뉴스라면 앵커의 코멘트를 통해 더욱 강조할 수도 있다. 뉴스의 가치를 핵심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며 시청자들이 기자의 리포트를 더욱 주의깊게 보도록 만드는 게 바로 앵커의 코멘트다.


물론 최일구 앵커에게 5년 전처럼 '이색 어록'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5년 전 최일구 앵커를 통해 '뉴스를 보면서도 웃을 수 있구나'라는 걸 느꼈던 것처럼 신선하고 톡톡 튀는 재기발랄한 코멘트에 대한 기대가 없지 않다. 그런 코멘트가 필요할 때면 그런 코멘트를 '최일구 앵커답게' 잘 하시면 된다.

최일구 앵커에게 바로 그런 역할을 10%가 아니라 100% 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을 수 있다. 신경민 앵커처럼 어느날 압력에 의해 물러나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최일구 앵커가 앵커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만약 그러다 부당한 압력이 행사되면 당당히 맞서주길 바란다. 그렇게 되면 비록 지키진 못할 수도 있겠지만 신경민 앵커 때처럼 수많은 시청자가 힘을 모아줄 것이다.


최일구 앵커의 주말 뉴스데스크 컴백 소식을 들으며 떠오르는 사람이 두 사람 있었다. 한 사람은 이미 언급된 신경민 앵커고, 또 한 사람은 김재철 사장 밑에서 MBC 홍보국장 자리에 앉아 있는 이진숙 기자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이 벌어졌을 때, 전쟁의 현장을 온 몸으로 누비던 이진숙 기자를 보며 '진짜 기자다' 싶은 생각을 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미군의 바그다드 진격 과정을 중계하듯 보도하는 종군기자가 아니라 전쟁으로 피해받는 이라크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그랬다. 특히 그가 걸프전 이후 아랍을 이해하기 위해 아랍어까지 공부했다는 사실을 접했을 때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이진숙 기자를 만난 적도 있지만 역시 포스가 대단했었다.

2003년 3월 23일, 미국이 이라크 침략전쟁이 발발한지 단 하루만에 이라크 현지에서 전쟁상황을 단독보도한 이진숙 기자


그런 이진숙 기자가 낙하산 사장 김재철 밑에서 홍보국장이 됐을 때,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나는 '탕평책인가' 싶은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그가 홍보국장이 되어 <PD수첩> 등으로 MBC가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김재철의 논리를 '국장'으로서 '홍보'하는 것을 넘어, 김재철의 논리를 자기 신념화하고 MBC를 아끼는 사람들에 대해 '독설'에 가까운 말을 내뱉을 때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진숙 기자가 원래 그런 분이었는지, 아니면 자리가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최일구 앵커가 자신의 말을 100%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최소한 바라는 것은 이진숙 기자를 보면서 느꼈던 당황스러움만큼은 반복하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런 기대감으로 최일구 앵커가 낙지 머리를 먹는다는 6일 첫방송을 지켜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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