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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PD 남아도 MBC예능국은 뒤숭숭

쇼오락후비기

by hangil 2011. 4. 20.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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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밤 인터넷 연예뉴스 매체 '뉴스엔'이 '단독'이라며 <'무도' 김태호PD도 종편행 "할말없다" 부인안해> 기사를 내보낸 뒤 인터넷에선 김태호 PD의 '중앙종편(jTBC) 이적설'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김태호 PD가 트위터를 통해 이 같은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뒤 '단독'으로 보도한 뉴스엔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김태호 PD에 대한 격려도 이어지고 있지만 어쨌든 김태호 PD의 이적설은 한차례 해프닝성 사건으로 넘어가는 것 같다.

그런데 김태호 PD가 자신의 분명한 입장을 밝히기 전, 뉴스엔 기사와 이런저런 블로그 글들을 보고 김태호 PD의 종편 이적설이 전혀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물론 종편 즉 조중동방송을 허용하는 미디어법에 반대해 파업에도 동참하고 PD로서 편집의 묘를 살려 무한도전 방송을 통해서까지 '언론악법 반대'의 의지를 나타낸 김태호 PD가 종편으로 간다는 소식 자체는 대단히 당황스러웠고 황당한 건 사실이다.

'뉴스엔'의 단독보도. 뉴스엔은 중앙일보에 연예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MBC는 물론 KBS가 재능 있고 개념 있는 방송인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안다면 김태호 PD가 MBC를 떠날 수도 있다는 점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에 맞서, 낙하산 사장, 특보사장, 청소부 사장의 공영방송 죽이기에 맞서 싸우다 싸우다 지치면 자포자기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즉 김태호 PD의 경우 종편행은 난감하기 그지 없지만 'MBC를 떠난다'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봤다. 만약 김태호 PD가 CJ 계열 케이블로 간다고 하는 보도가 났다면 나는 안타깝지만 그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다.

그런 차에 MBC 노동조합에서 4월 20일자로 낸 노보를 보니 MBC의 상황이 더욱 심각함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MBC노조 노보(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음)


MBC '드라마예능본부'의 요즘 분위기를 소개한 노보 기사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를 보면 "요즘 회사가 뒤숭숭하다. 일하고 있는 내 마음도 따라 뒤숭숭하다. 다 나간다. 종편이 생기면서 흔들리는 사람이 나오리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많이 나갈 줄은 몰랐다"고 전하고 있다.

시트콤의 대가로 인정받은 PD가 나가고, 훗날 예능국장으로 점쳐지던 여운혁 PD도 나가고, 누구보다 MBC를 사랑한다고 생각한 동료 PD도 나간다는 소식에 이 기사를 쓴 이는 'MBC에는 더 이상 미래가 없고, MBC가 이들에게 더 이상 가족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보다'고 한탄한다.

<나는 가수다>를 연출한 김영희 PD가 녹화 2번 만에 잘린 것도, 드라마 조연출들에게 R등급(개인평가 최하등급)이 강제할당된 것도 일할 의욕을 사라지게 만드는 일이라고 한다.

"요즘 회사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누군들 나가고 싶지 않을까."

바로 이런 분위기라는 것이다. 종편이 생긴다고 했을 때는 "조중동 방송을 다니느니 그냥 MBC에 남아야지" 했지만 "요즘 회사 돌아가는 거 보면 과연 MBC가 조중동 방송보다 얼마나 더 나은 건가 싶다"는 것이 MBC에서 예능프로를 만들고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이 느끼는 심정인 것이다.

그래서다. 비록 김태호 PD의 종편 이적설은 해프닝성 오보로 드러났지만 이대로 계속 간다면 MBC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김태호 PD가 MBC에 계속 남는다면 <무한도전>은 계속되겠지만 다른 프로그램은 하나둘씩 무너져갈 것이고, 아니 이미 무너지고 있고, 불과 1~2년까지만 해도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던 공영방송 MBC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김태호 PD만 남아 <무한도전>이라도 계속 되는 MBC라도 괜찮을까? 과연 MBC가 계속 망가지게 된다면 아무리 김태호 PD가 남는다 한들 <무한도전>이 계속 진보하고 변화하고, 지금까지처럼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

물론 상황 자체는 대단히 절망적이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게임오버' 끝난 건 아니다. MBC노조의 이번 노보에는 모든 페이지마다 "질기고 독하고 당당하게!!"라는 머리말이 붙어있다. MBC노조 정영하 위원장은 '위원장의 편지'에서 "종결파업을 준비을 준비하겠다"며 "공정방송에 회귀는 없다. 암울한 시대에 눌려 시간에 쫓기며 적당히 체결하고 어용노조 MBC의 길을 가느니, 무단협 MBC, 무노조 MBC의 길을 질기고 독하게 갈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현재 MBC 사측과 노조는 단협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데 김재철 사장은 이미 지난 1월 노조에 '단협 해지'를 통보한 상태다. 간단하게 말해 단체협약이 없다면 노조로서 활동을 사실상 할 수 없게 되는데 MBC노조는 단협을 체결하지 않게 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회사의 일방적인 전횡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래서 '종결파업'까지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MBC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지키겠다고 나서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그동안 MBC를 통해 세상의 진실을 보고, 웃음을 얻고, 감동을 얻고, 위안을 얻었던 시청자들이 함께 할 것이다. 지난해 39일 동안 진행된 MBC노조의 파업을 지지했던 시민들과 시청자들이 어디 다른 곳으로 간 게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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