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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킹 투하츠, "행복한 내일 위한 판타지" 내세운 까닭?

드라마후비기

by hangil 2012. 3. 2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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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새 수목드라마 '더킹 투 하츠'는 판타지 드라마다. 
입헌군주제라는 설정 자체가 그렇다. 전혀 새로운 설정은 아니다. 
이미 '궁' 시리즈에서 익히 본 판타지다. 

하지만 '더킹 투 하츠'는 '궁'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설정을 추가했다. 바로 현실에서처럼 남북이 여전히 대치중인 상황에서의 입헌군주제라는 설정이다. 이로써 '더킹 투 하츠'는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의 확장성을 갖추게 되었다.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얘기를 할 수도, 현실을 반영한 얘기를 할 수도, 또는 그 경계조차도 애매모호한 얘기를 할 수도 있게 되었다. 

가령 대한민국의 왕인 이재강이 자신의 동생, 즉 '왕제' 이재하에게 세계장교대회(WOC)에 참석할 것을 강권하면서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먹고 살면서 세금값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는 대목은 판타지이면서 한편으로 현실이기도 하다. 지금 대한민국에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 사는 왕족은 없지만, 대통령 이하 비슷한 존재들은 수두룩하다. '왕' 또는 '왕족'을 '대통령' 또는 '정치인과 공무원'으로 바꾸면서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이재강의 대사는 통용될 수 있는 이야기다. 

특히 '더킹 투 하츠'에서 판타지와 현실의 믹스는 단순한 대사뿐만 아니라 상황 설정이나 주요 등장인물 등 이 드라마의 전체를 관통하는 전체적인 경향이기도 하다. 

'더킹 투 하츠' 홈페이지를 보면 이 드라마는 
"행복한 내일을 위한 마지막 판타지"를 내세우고 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문장이지만, 드라마를 본 뒤 이 문장이 주는 느낌은 아주 색다르다. '행복한 내일'이 그냥 이재하와 김항아의 내일이 아니라, 판타지 '더킹 투 하츠'가 기반하고 있는 현실의 이야기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더킹 투 하츠'에서 남과 북은 여전히 대치중이기는 하지만, 화해와 협력을 위해 교류하고 대화한다.
한때 이런 현실이 있었지만, 최근 4년 동안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전 세계 군인장교들이 경합을 하는 대회에 남북의 군인이 단일팀을 이뤄 참가한다? 지금으로서는 상상속 얘기다. 하지만 나쁘지 않은 설정이 아닌가? 남과 북이 교류하고 협력하고, 단일팀을 이뤄 함께 훈련하고 소통하고, 그 안에서 사랑도 싹 트고...아마도 앞으로 남과 북이 이랬으면 좋겠다는 제작진의 바람이 담겨진 게 아닐까?

'더킹 투 하츠'에서 보여지는 북의 모습은 한마디로 하자면 '사람이 살고 있었네' 정도가 될 듯 하다.
당과 체제에 대한 충성이 남다르지만, 그렇다고 인간적 면모가 전혀 없지 않은 북쪽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조선민족'으로서 가무를 즐기고, 여성이 서른이 넘어 결혼 고민을 하고, 누군가의 프로포즈를 동료들이 도와주기도 하는 등 '더킹 투 하츠'에서 보여지는 북의 모습은 인간미가 살아 있다. 


남과 북의 교류가 활발할 때에는 '사람이 살고 있는 북한'의 모습이 많이 소개되었고, 친밀감도 높아졌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다. 남에는 오로지 3대세습과 철권정치에 목맨 북의 권력층과 배고파 아사자까지 속출하고 인육까지 먹는다는 북 인민들의 얘기까지 심심하면 '뉴스'랍시고 등장한다. 가장 최근의 이슈 역시 '탈북자' 문제였다. 북한은 사람 살 곳이 못 되는 지옥쯤 된다. '더킹 투 허츠'에서도 적어도 이재하는 현실에서의 남한 사람들이 북을 생각하는 보편적인 부정적 시각 정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북의 체제를 험담한다든지, 북쪽 사람들을 대놓고 '빨갱이'라고 부르는 이재하의 모습은 '어버이연합'이라는 깃발 아래 모인 할아버지들의 입에서 왕왕 들을 수 있는 얘기다.

판타지일수도 사실일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최근 한국의 드라마들이 그려낸 북한 사람의 모습과 '더킹 투 하츠'에 등장하는 북한 사람들의 모습은 꽤 차별성이 있다
. 김항아나 이강석 등의 모습이 '아이리스'나 '아테나', '한반도' 등에 등장하는 냉혈한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아이리스' 등에서는 북의 냉혈한이 남쪽 사람을 만나서야 비로소 사랑에도 눈 뜨고, 인간적인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면 '더킹 투 하츠'의 사람들은 원래부터 그랬다. 

솔직히 어떤 쪽이 북의 실상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건 이 드라마를 만든 제작진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나름의 정보를 가지고 평양 지하철의 모습을 CG로 그려놓고, 곳곳에 체제 선전 구호와 포스터를 붙이는 등 배경에 사실성을 부여하면서 한편으로 사람의 모습을 그렇게 그려낸 것은 '적어도 북쪽 사람들이 그 정도는 살았으면 좋겠다'는 제작진의 바람이 아닐까. 


'더킹 투 하츠'에서 판타지와 현실을 넘나드는 또 하나의 설정은 바로 '클럽M'의 존재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 밀본 본원 정기준으로 출연해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는 윤제문이 이번에는 클럽M의 회장 존 메이어, 한국명 김봉구로 등장해 또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 아직 드라마에서는 클럽M의 실체가 분명하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드라마 소개에 따르면 클럽M은 '다국적 군산복합체의 지주회사'라고 한다. 

다국적 군산복합체라... 현실 세계에 분명히 존재하는 개념이고, 현실에서도 한반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현실에서 다국적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는 주로 미국을 통해 대변된다. 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벌이는 전쟁이 곧 이들 다국적 군산복합체의 돈벌이가 된다. 그리고 이들은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결코 바라지 않는다. 군사력이 담보되어야 하는 적당한 긴장이 필요하고, 나아가 전쟁조차 이들에겐 나쁘지 않다. 

'더킹 투 하츠'에서도 클럽M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가공의 존재이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것은 아닌 셈이다. 앞으로 '더킹 투 하츠'의 긴장은 클럽M의 음모로부터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내는 과정을 통해 그려질 것인데,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 같다.


남북관계를 포괄하고, 다국적 군산복합체의 존재까지 등장시킬 정도로 거대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더킹 투 하츠'는 기본적으로 사랑이야기가 중심이다. 하지만 이 사랑이야기는 '궁'에서처럼 왕자와 어느 날 갑자기 세자비가 된 평민 여성의 그것이 아니라, '남남북녀'의 사랑이야기다. 비록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사랑이야기지만, 그렇다고 전혀 엉뚱하다고만 할 수 없다. 

'더킹 투 하츠'를 보며 무엇을 즐길지는 온전히 시청자들 각자의 몫이다. 판타지로 만족해도 되고, 남남북녀의 사랑에 재미를 느껴도 된다. 또 '더킹 투 하츠'를 보며 지금의 남북관계를 한번쯤 살펴볼 수도 있고, 나아가 남북관계가 드라마만큼만 됐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톡톡 튀는 이승기의 연기, 강인하기 이를데 없지만 그래도 안아주고 싶은 하지원의 연기에 빠지는 건 기본이다. 

요컨대, '더킹 투 하츠'는 볼 거리, 즐길 거리, 생각할 거리가 잔뜩 쌓인 드라마로, 비유하자면 한식, 양식, 일식, 중식 등등등 다양하면서도 맛까지 겸비한 음식들로 차려진 
호화스런 부페 정도는 될만한 드라마로 기대된다. '다모', '베바'(베토벤 바이러스)의 이재규 PD와 홍자매 중 한 사람인 홍진아 작가가 그 정도의 드라마를 만든 것이다. 입맛에 맞는 음식을 골라먹을지, 이왕 차려진 맛깔나는 음식들을 조금씩이나 제대로 음미하면서 먹을지, 그건 접시 대신 리모컨을 든 우리의 몫이다. 

하지만 "행복한 내일을 위한 마지막 판타지"를 내세우며 기껏 돈과 노력을 쏟아 만든 드라마인만큼 남과 북의 '행복한 내일'이 어땠으면 좋겟다 정도의 여운은 남기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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