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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기저귀 보도를 보고 가슴이 뻥 뚫리다

뉴스후비기

by hangil 2008. 11. 19.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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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억 또는 수조원의 세수입이 줄어드는 부동산 대책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린아이들 용품의 부가세를 면제해주면 줄어드는 세수입은 한해 3백억원에 불과합니다.


방금 전(11월 19일) MBC 뉴스데스크의 <일본제품 더 선호>라는 보도에서, 이 보도를 리포트한 조현용 기자의 마지막 멘트다. 가슴이 뻥~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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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달아 부자들을 위한 감세안을 내놓는 정부, 종부세를 사실상 빈껍데기로 만들어버린 헌재의 판결, 그나마 남아 있는 종부세를 아예 내놓고 무력화시키려는 한나라당.... 그 와중에 스스로 '도시빈민'이요, '서민'을 자처하는 내 가슴은 막막해지고 무거워지고 불쾌하기 이를 데 없었는데, MBC의 이 보도가 꽉 막힌 내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었다.

그냥 별 생각없이 보면 MBC의 이 보도는 별 보잘 것 없는 그렇고 그런 보도일수도 있다.

이 보도가 전하는 내용은 대단히 단순하다. 아기 엄마들이 일본에서 건너온 아기 기저귀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그 이유를 알고 보니 우리나라 제품은 부가세가 붙어 비싼 데 비해, 일본에서는 아기 기저귀를 생필품으로 분류해 부가세가 없어 싸다는 거다. 거기다 아기가 볼 일을 보면 열어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표시까지 있는 등 품질까지 좋다하니 엄마들이 '일제'라고 쓰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뉴스데스크에서 소개된 어떤 아기 엄마의 말,

"하루에 20개는 쓰는데, 한 달이면 보통 10만원 정도 드니깐, 가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일본 것이 가격도 적고 품질도 좋으니까"란다. 이 엄마는 국산을 쓰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일본 제품을 구입해 쓴다고 한다.

또 어떤 엄마는 일본 갔을 때 한 팩에 만 원 정도로 싸길래 온 가족이 한 손에 한 팩씩 사들고 왔다고도 한다. 최근 환율이 올라 일본 제품의 가격도 많이 올랐지만, 그래도 국산보다는 싸다고 한다.

그럼, 왜 우리는 아기 기저귀를 생필품으로 분류하지 않아, 일본 제품에 비해 우리 제품이 고전하게 만들었을까?

MBC에 따르면 "우리도 지난 2003년부터 유아용품의 부가세를 면제하자는 법안이 여러번 발의됐다"고 한다. 심지어 "지난 총선에선 한나라당이 총선 공약으로도 발표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가 번번히 반대했다고 한다. 세수가 줄어드는 것이 달갑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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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진 마무리 멘트가 바로 맨 위에 인용한 저 내용이다.

"천억 또는 수조원의 세수입이 줄어드는 부동산 대책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린아이들 용품의 부가세를 면제해주면 줄어드는 세수입은 한해 3백억원에 불과합니다"라고.

최근 들어 이토록 통쾌한 보도를 본 적은 없었다. '감세'를 부르짖는 정부가 도대체 누굴 위해 그러는지, 종부세 무력화가 과연 대다수 일반 서민들과는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건지, 이 짧은 한 마디에 모두 녹여냈다.

복잡하게 정부가 추진하는 감세안의 규모가 어디서 얼마, 또 어디서 얼마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세수 부족분이 얼마며, 정부가 말도 안되는 대비책을 어떤 식으로 세우고 있는지 굳이 애써 주절주절 '해설'하지 않아도, 이 문장 하나만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감세안의 문제가 뭔지를 가슴으로 절감할 수 있었다.

보도기능을 가진 종합편성채널로서 맛탱이가 간 KBS, 별 존재감 없는 SBS에 비해 그래도 여전히 MBC가 시청자들과 시민들의 지지와 격려를 받고 있는 이유 또한 이 보도가 또 한 번 입증해줬다.

혹자는 이 보도가 일제 사용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식으로 삐딱하게 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부가 부자들을 위한 감세안을 밀어붙이는 이런 나라, 종합부동산세 정도도 인정하지 않는 기득권 세력이 판을 치는 나라라면 나라도 아기를 가지게 되면 일제를 사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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