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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이 대서특필한 공언련, 그 수준을 살펴보니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8. 12. 2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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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2월 22일) 조중동이 '공정언론시민연대(공언련)'라는 단체에서 발표한 방송 모니터보고서를 대서특필했지요.

(위부터 차례로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의 관련기사)

조중동은 공언련의 보고서를 인용해 MBC와 KBS의 보도가 '편파적이었다'고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조중동이 이렇게 한 이유야 따로 말씀을 안드려도 웬만한 분들은 다 아실거라 여겨지는데요. 조중동이 공언련같은 단체의 보고서를 인용해 '방송이 편파적이다'고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허무맹랑하고 추접스러운 짓인지에 대해서는 따로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는 공언련이라는 단체, 그리고 공언련의 '방송 모니터'에 대해서 한 번 짚어보지요.

공언련이라는 단체는 지난 9월 30일 출범했는데, 이 단체의 '출현'에 대해 미디어비평 전문 인터넷매체인 '미디어스'에서는 <듣보잡’ 언론단체들의 잇단 출몰>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지요. 저는 미디어스 기사에 함께 언급된 '미디어발전국민연합'과 이 단체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이 줄기차게 추진하고 있는 '방송장악'의 외곽지원단체로 보고 있습니다.

이 단체가 왜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는 '창립선언문'을 읽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공언련은 보다시피 창립선언문에서 "언론의 공정성을 선도해야 할 공영언론들의 위선, 편파 행위는 언론 스스로에 대한 자해행위이자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며, 국가공동체에 대한 파괴적 선동이라고 규정하며 이에 단호히 맞서 나갈 것이다. 특히 우리 국민들 다수가 방송을 통해 사리판단의 정보를 취득한다는 점에서 방송의 편파성은 치명적이다. 따라서 우리는 편파방송을 바로잡는 일을 출발점이자 중심으로 설정하고 공정언론실천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임을 천명한다"고 밝히고 있지요.

여기서 지적하는 '공영언론'은 즉 MBC와 KBS를 일컫습니다. 즉 'MBC와 KBS의 편파성을 바로잡는 일'을 활동의 중심에 놓고 있는 단체가 바로 공언련입니다.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는 조중동의 편파성, 조중동의 여론왜곡, 조중동의 폐해는 애초에 관심도 없고 오로지 MBC와 KBS를 까기 위한 활동을 펼치겠다는, 그것을 일컬어 '공정언론실천운동'이라고 말하는 단체가 바로 공언련이라는 것입니다. 최근 YTN노조가 낙하산 사장 구본홍을 반대해서 펼치고 있는 '공정보도 사수투쟁' 역시 '공정언론실천운동'을 한다는 공언련의 관심사항은 전혀 아닙니다.

이 단체의 '주축'을 이루는 사람은 아주 화려합니다.


공동대표 중 1인인 김우룡 씨는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명예교수'로서 지난 정권 하에서 방통위의 전신인 방송위원회 위원을 지냈죠. 유재천, 이민웅 등과 함께 '우파 언론학자' 혹은 '친 한나라당 성향의 언론학자' 그룹의 대부 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공동대표 중 1인인 성병욱 씨는 제가 과문한 탓인지 이력은 아주 대단한데 제게는 생소한 이름이네요.. --;;

그리고 또 한 사람의 공동대표인 이재교 씨는 '자유주의연대' 부대표를 지내는 등 촛불 정국 등의 시기에 뉴라이트 혹은 우파 계열에서 꽤나 열심히 활동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류근일 씨야 저 유명한 '조선일보 주필'을 지낸 사람으로서 고유명사나 다름없는 '김대중 주필'과 쌍벽을 이루는 '우파논객'이고, 봉두완 씨 역시 방송에도 꽤나 얼굴을 내민 적이 있고 우파 단체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저명인사라고 봐야겠지요.

어쨌든 이렇게나 '훌륭하신' 분들이 주축을 이루는(언론학자에다, 언론인 출신에다, 법률전문가에다) 공언련이니, 그곳에서 내놓는 자료 또한 훌륭해야 마땅하겠지요. 하지만 공언련의 자료를 찾아보니 이 사람들의 이름이 아까울 정도로 자료의 수준이 허접하기 이를 데가 없더군요.

먼저, 조중동이 대서특필해준 이른바 '4대사건분석보고서'를 찾아봤습니다.


이 단체 홈페이지(http://www.fairmedia.or.kr) 메인화면의 좌측상단에 '이슈 앤 이슈'란 이름으로 이 자료가 올라와 있는 걸 확인하고 얼른 보고싶은 마음에 '클릭'을 했죠. 하지만 어라, 왠걸, 갑자기 로그인 화면으로 이동해버렸습니다.

'무슨 시민단체가 이런 자료를 회원에게만 제공하나'라는 당황한 생각에, 그래도 자료를 보고 싶은 욕심에 '에라 회원가입 하자'라며 '회원가입'을 눌렀더니 마치 상업회사 홈페이지 회원가입 때나 볼 수 있는 '이용약관'과 '개인정보 취급방침' 동의 체크 화면이 떴습니다.

공언련에게 개인정보를 알려주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회원가입을 하지 못하고, 따라서 '4대사건분석보고서'는 열어보지도 못했습니다. 명색이 '시민단체'라는 곳이 정식 회원으로 가입하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의 정보를 제공해야 '온라인 회원'으로라도 가입할 수 있는 경우는 정말 생경하더군요.

'그래 뭐, 유명짜한 분들이 만든 곳이니 그럴 수도 있나보다'며 하는 수 없이 공언련이 진행하고 있는 MBC, KBS 메인뉴스프로그램에 대한 '일일모니터' 내용이라도 확인해봤습니다. '기대'를 잔뜩하고 봤는데, 결과는 대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12월 18일 MBC 뉴스데스크와 KBS 뉴스9를 모니터한 공언련의 '일일모니터' 내용입니다. 각각 30건이 넘는 두 방송사의 이날 뉴스를 딱 8줄 정도로 요약했더군요. 모니터한 주된 내용은 한나라당의 FTA 비준안 상정과 이에 대한 민주당의 저항에 대한 뉴스에 대한 '감상평'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난장판 영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현 사태는 여야의 정국 주도권잡기라는 해석이 우세하다고 전했다"고 했는데, '그래서 뭐 어쩌라고'에 대한 핵심은 없네요. 기껏 '평가'라고 할만한 대목이 "(MBC는) 대표적 모습으로 야당의 발언(원혜영, 이회창의원)은 이성적인 내용 보여주고, 한나라당의원이 비속어 쓰는 모습만 보여줬다"는 건데, '싸웁시다'고 발언한 것을 '이성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 정도를 '분석'이랍시고 내놓은 게 참 당황스럽더군요. 단체를 주도하는 인물들의 면면에 비춰서 말이죠.

하루 동안의 보도를 8줄 정도로만 '모니터'하기는 자기들도 궁색했던지 공언련에서는 그 밑에다 MBC와 KBS의 그날 보도 목록을 표로 올려놨는데요. 이것 또한 저로서는 헛웃음만 나오는 행태였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마치 자기들이 이날 하루의 보도를 모두 보고 친절하게 그 보도 제목을 목록으로 정리한 것으로 착각할 지 모르지만, 이 목록은 그냥 방송사 홈페이지에서 그대로 긁어다 온 것에 불과합니다.


공언련의 '일일모니터'를 보고 '모니터 참 편하게 한다' 싶더군요. 이 정도 내용 정리하는데 시간은 뭐 얼마나 걸린다고 전날 저녁의 보도를 다음날 저녁에야 '모니터'한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어떨 때는 2일이나 지나서 올리기도 하더군요.

방송보도 '모니터'하려면 이 정도(민언련의 '방송3사 저녁 뉴스 일일 브리핑)는 해야 '그래, 모니터 좀 하네' 싶은 거죠.

몇 줄 안되는 양에다 내용도 부실하기 이를 데가 없었습니다. 이 단체의 창립정신을 실천하려는지 무조건 MBC와 KBS를 까는 데만 치중했습니다.

최근 저는 '4대강 정비사업'과 관련한 MBC의 보도(12월 15일 보도)를 강하게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관련글 : MBC마저 MB정권 나팔수로 전락하나)

제가 보기엔 MBC의 이날 보도들이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정비사업'에 힘을 실어주는 보도가 분명했는데(그 이유는 글을 읽어보세요~), 공언련에서는,

양방송사는 정부가 지방발전을 위해 5년동안 100조원 투입한다는 내용을 톱기사로 전했다. KBS는 “지역 이전 기업에 대한 혜택을 크게 늘려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복안”을 강조했다. 4대강살리기 예산은 14조원이고 나머지 예산은 지역경제활성화(13조), 지역 삶의 질향상(15조)인데도 MBC는 앵커가 “4대강 정비사업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MBC는 후속보도로 4대강 정비사업을 주요 내용으로 다룬 기사를 6꼭지로 보도해 ‘4대강사업’과 ‘대운하사업’의 연관 의혹을 증폭시켰다.

고 '분석'했습니다. 정부 발표와 관련해 '4대강 정비사업이 핵심'이라고 강조한 게 마치 문제인 것처럼 지적했는데, 공언련은 MBC가 '정부의 발표는 지역경제활성화와 삶의 질 향상이 핵심'이라고 보도하지 않았다는 게 불만인 듯 합니다. 또 MBC가 6건에서 '4대강 정비'를 다룬 것도 그 내용을 둘째치고 그 자체가 그저 "'4대강사업'과 '대운하사업'의 연관 의혹을 증폭"시킨 걸로 보였나봅니다.

진짜 이 따위를 '일일모니터'랍시고 '대단한 분'들이 참여하고 있는 '공정언론시민연대'라는 이름을 붙인 '시민단체'가 내놓다니,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공언련의 지향에 대해서는 뭐라 하지 않겠습니다. 자기네들이 단체 만들어서 그런 활동 하겠다는데 뭐라 하겠습니까? 자유민주주의 나라에서.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은 맞춰주면 좋겠네요. 거창하게 출범식하고, 조중동에서 대서특필해주는 단체라면 그 정도는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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