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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간첩훈련에 사용한 3편의 드라마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10. 4. 2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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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SBS '8시뉴스'에서 "황장엽 씨 암살지령을 받고 남파됐다 잡힌 간첩들은 6년동안 치밀한 계획 아래 훈련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무슨 엄청난 훈련을 받았는지 궁금해서 자세히 뉴스를 봤다.

SBS는 그들이 "치밀한 계획 아래" "북한에서 6년 동안 강도높은 간첩 훈련을 받았다"며 "두 사람은 지난 2004년부터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학력과 가족관계 등을 철저히 학습했다", "국내에서 발간된 영어교재로 영어회화 수업까지 받고 우리의 최신 드라마를 3편이나 반복해서 봤다"고 소개했다.

4월 21일 SBS '8시뉴스'


정말 놀라자빠질 정도로 치밀하고도 강도 높은 훈련이다.

비록 남한에 들어오자마자 국정원 조사 한 방으로 가짜 신분이 들통나 수포로 돌아가긴 했지만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학력과 가족관계를 '치밀하고도 강도 높게' 철저히 학습했을 것이다.

한국에 들어올 거면서 외국인을 상대할 수도 있을 것을 감안해 국내에서 발간된 영어교재로 영어회화 수업을 받았다니 그 치밀함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그리고 어차피 탈북자로서 한국에 처음 발을 내딛는 신분으로 들어올 건데 한국 드라마를 미리부터 3편이나 그것도 '최신 드라마'를 반복해서 봤다니, 북한의 간첩 훈련의 치밀한 준비성에 정말 경악을 금할 수가 없다.

분명히 그들은 남한에 들어가기 전 미리 남한 사정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서 한국 드라마를 '치밀하고도 강도 높게' 봤을 거다. 흔히들 드라마를 두고 '사회상을 반영한다'고 하지 않나.

그런데 3편의 드라마라니... 이건 "치밀한 계획 아래 훈련"이라거나 "6년 동안 강도높은 간첩 훈련"의 예로는 조금 민망하지 않나 싶다.

이왕 치밀하고도 강도 높은 훈련으로 한국 드라마를 보게 했다면, 방송되던 모든 드라마를 다 보여줄 일이지 그 중에서 굳이 골라낸 3편이 어떤 드라마인지, 과연 북한이 어떤 기준으로 드라마를 골라서 간첩 훈련을 시켰는지 참 궁금하다.

그나저나 큰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드라마가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간첩 훈련에 활용된다니, 이 어찌 큰 일이 아닐 수 있나?

자칫하면 드라마 제작이 '이적행위'가 될 수도 있겠다. 앞으로 드라마 제작진들은 자신이 만드는 드라마가 간첩 훈련에 악용될 수도 있음을 각별히 유의해야겠다. 그리고 연기자들 또한 자신의 연기를 간첩들이 보고 배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겠다.

특히 한국의 사회상을 리얼하게 그리는 드라마, 한국인의 모습을 너무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연기자들은 부디 조심할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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