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나경원-신정아 관계맺은 사교모임 포야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11. 10. 19. 10:10

본문


'나는 꼼수다' 23회에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신정아씨와의 관계에 대한 언급이 살짝 거론됐다.

그래, 그러고보니 예전에 나경원 후보가 신정아씨와 '친밀한 관계'였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었다.

그러니깐...그게 언제더라...

때는 바야흐로 2007년 9월.

신정아씨의 학력 위조 사실이 밝혀진 데 이어,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씨와의 세기의 스캔들이 터지면서 온 나라가 마치 '신정아 신드롬'에라도 빠진 듯 호들갑 난리 부르스를 칠 때였다.

당시 신정아씨는 변양균 실장과의 관계를 부인하며 자신이 승승장구했던 배경을 변양균 실장으로 지목하던 언론 보도에 대해 "그 정도가 배경이라면 수도 없이 많다"고 큰소리치기도 했는데,

신씨가 말한 '수도 없이 많은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포야(FOYA)'라는 사교클럽의 멤버들이었다.

포야의 존재는 2007년 9월 20일 국민일보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당시 국민일보는 "각계 고위층의 비호의혹을 받고 있는 신정아씨가 정·재계 유력인사 및 학계, 언론계 인사들과 매월 정기적인 모임을 가져온 사실이 확인됐다"며 그 모임이 바로 '포야'라고 보도했다.

2007년 9월 20일 국민일보 기사


국민일보는 'FOYA'라는 모임 이름에 대해 "포야는 스리랑카 언어로 '보름달'이란 뜻이며 불교국가인 스리랑카에서는 매월 '포야데이'가 휴일"이라며 "모임을 매월 한 차례씩 갖자는 취지로 이름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했고,

포야의 존재가 알려진 뒤 포야 멤버 중 어떤 사람은 포야의 의미에 대해 "'FOUNTAIN OF YOUTH ASSOCIATION'의 머릿글을 딴 약자로 '젊음의 샘'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10명 이상이 참여한 포야에는 "왕윤종 SK텔레콤 상무, 윤재승 대웅제약 부회장, 김승수 CJ그룹 부사장, KBS 9시뉴스 앵커 출신인 이병혜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장, 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국민일보는 보도했는데, 여기서 바로 우리가 주목하는 나경원 후보도 등장한다.

국민일보는 "특히 신씨는 한나라당 대변인인 나경원 의원과 수년간 교류해온 것으로 밝혀져 유력 정치인과의 친분관계가 처음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한 것이다.

실제로 나경원 후보는 보도 직후 포야라는 모임에 참여해 신정아씨와 친분 관계에 있었다는 사실은 시인했다. 뿐만 아니라 "신씨가 싹싹하고 착해 내가 잘 아는 남자후배와 만남을 주선해주기도 했다"고도 밝혔다.

신정아와 나경원(사진출처:왼쪽-경향신문, 오른쪽-민중의소리)


이 모임에는 국민일보가 최초 보도한 인사들 외에도 이후 미디어오늘의 보도에 의해 조선일보 강효상 사회부장과 중앙일보 안혜리 기자도 멤버로 참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안혜리 기자는 신정아씨와의 오랫동안의 친분으로 포야에 신정아씨가 참석하도록 소개한 인물로 전해지기도 했다.

(관련글 : 신정아와 안혜리, 그리고 포야(FOYA))

말하자면, 포야라는 모임은 재계 유력인사들과 사회적 영향력이 강한 언론계 인사, 학계 인사, 당시까지만해도 엄청나게 잘 나가던 문화계 인사였던 신정아씨, 그리고 한나라당 대변인을 하고 있던 유력 정치인이 멤버로 함께 모인, 최상류층 사교모임이었던 셈이다.

포야의 존재가 알려진 뒤 이 모임의 멤버들은 "모임에서 어쩌다 한두번 만난 사이" 정도로 한사코 신정아씨와의 친분 관계를 부인했다.

하지만 국민일보 보도에 등장한 '익명의 한 멤버'에 의하면 이들은 "한 달이나 두 달에 한번씩은 저녁을 먹었"던 관계였고, 신정아씨는 "외국에 가 있거나 굉장히 바쁜 일이 아니면 모임에 열심히 나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신씨가)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했을 때 다같이 축하해줬고, 동국대 교수가 됐다고 했을 때도 축하해줬다"고도 했다.

자, 여기까지가 나경원 후보와 신정아씨의 관계 중 공개된 내용들이다.

사학재벌의 딸로 부족함 없이 자라 판사도 하고, 국회의원도 했던 나경원 후보가 과연 이 모임에서 만난 재계, 학계, 언론계 인사들과 어떤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관계를 맺어왔을까?

정치인이 되고도 낮은 곳을 바라보기 보다는 이른바 '최상류층 인사'들끼리의 비밀스런 사교모임을 가졌던 사람이 과연 가난한 서민들의 삶을 얼마나 알 것이며,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 있는 정책을 펼칠까?

개인적으로 나경원 후보에 대해 그가 처음 정계에 입문한 뒤 다운증후군을 가진 딸의 존재가 알려진 뒤 짠한 마음과 함께 사회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포야'라는 사교모임에 나경원 의원이 멤버로 참여한 사실을 알고 '장애인 딸을 둔 나경원'과 '최상류층 사교모임 멤버 나경원' 사이의 괴리를 느껴야 했다.

박원순 후보에 대해, 박 후보가 태어나기도 전의 가족사까지 파헤쳐 온갖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고, 온갖 꼬투리를 뒤집어 내 파상공세를 펴고 있는 나경원 후보에 비하자면, 신정아씨와의 관계, 포야에서의 일을 이 정도로 복기해보는 건 뭐 아무런 흠도 아닐테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