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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부린 선관위, RT를 몰랐구나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11. 10. 2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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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의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단체/기관'을 꼽자면 선관위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선관위의 투표인증샷 지침과 투표참여 독려 지침은 젊은층의 투표율을 낮춰 박원순 후보에게 불리하게 하려는 꼼수나 다름없었고, 이는 그렇지 않아도 열받은 젊은 유권자들에게 기름을 끼얹져 분노의 폭풍 트윗질과 투표소로 향하는 발길에 채찍질을 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10월 26일 반드시 투표하자"는 멘션으로 떠들썩한 트위터 타임라인은 선관위의 꼼수 덕분에 이야깃거리가 더욱 풍부해졌고, 더욱 많은 사람들이 분노로, 재치로, 때론 즐거움으로 승화시켜 선관위의 꼼수를 무력화시켰다. 

 
애초부터 유명한 사람과 유명하지 않은 사람을 갈라 '투표참여 독려' 자체를 규제하고, 선관위가 마땅히 해야 할 투표율을 높이려는 노력을 특정 후보에 유불리함을 따져 규제하겠다는 선관위의 발상 자체가 조롱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누구나 알듯이 선관위의 꼼수는 박원순 후보의 멘토단으로 참여한 '파워 트위터리안'들의 손발을 묶기 위해 이들을 겨냥한 정밀타격이었다. 오로지 이외수, 신경민, 김여진 등의 트위터 영향력을 잠재우기 위한 것 외에는 그 의도를 도저히 짐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 나온 '꼼수 중의 꼼수', '꼼수의 백미'인 셈이자, 선관위 나름대로는 '꼼꼼하기 짝이 없는 꼼수'이다.

더구나 지나 4.27 재보궐 선거 당시 선관위가 내놓은 투표참여 독려 관련 지침에는 후보자와 정당, 선거운동관계자, 선거운동단체, 일반 국민 가릴 것 없이 "선거일에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명칭을 나타내지 아니하고 투표참여 홍보활동을 하는 행위"는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10.26 재보궐선거에서는 기준을 달리 적용한 것은, 선거 당일 트위터에서 쏟아진 투표독려가 한나라당에게 불리하다는 교훈을 얻은 선관위의 무리수임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4.27 재보궐 당시 선관위 지침

10.26 재보궐선거 선관위 지침

 
그런데 그런 선관위의 꼼수이자 무리수는 철저하게 무력화됐다. 오히려 분노를 부채질하는 역효과만 냈을 뿐이다. 

선관위가 이런 자충수를 낸 것은 여태까지 선관위의 SNS 규제에서 이미 드러났듯이 선관위가 여전히, 아직도 SNS의 특성에 무지하고, 시대에 뒤쳐지는 구태집단이기때문이다. 

이번 사례에서 보자면, 선관위는 트위터의 가장 중요한 특성을 이해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바로 트위터의 RT 기능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그 중요성을 몰랐던 것이다. 

선관위의 지침은 '선거 당일 투표독려 행위'에 맞춰져 있다. 말 그대로 지지성향이 뚜렷한 유명인들이 10월 26일 유권자들을 상대로 투표독려 트위터를 올리지 못하게 막은 것이다. 이날 하루만 막으면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그들의 메시지가 트위터에 올라오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김제동 트위터

RT된 김제동 트위터

 
하지만 트위터는 그렇게 막는다고 해서 막아지지 않는다. 10월 26일 자정이 되기 전 김제동을 비롯한 수많은 유명인들이 올린 투표참여 독려 트위터는 다음날, RT를 타고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여기에 선관위의 꼼수 덕분에 분노의 트윗질이 가세하면서 더욱 RT는 늘어났다. 

선거 당일에 올린 트위터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선거 당일에도 트위터 타임라인을 가득 채울 수 있음을 선관위는 아마도 몰랐던 것이다. 그걸 알았다면 효과도 없는 이런 대책을 내놓았을리가 없다. 

선관위의 이번 투표참여 독려 지침은 한때의 조롱거리로 그칠 사안이 결코 아니다. MB정부 아래서의 정부기관과 권력기관들은 언제든지 상상을 초월하는 꼼수를 쓸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줬고, 또 그것이 얼마나 무지막지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내년 총선과 대선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저들은 더욱 꼼꼼한 꼼수를 생각해낼테고, 온갖 무리수를 동원할 것이다. 

그때마다 조롱거리로 만들어버리자. 
그때마다 집단지성의 힘으로 꼼수를 무력화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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